설문조사에서 80%가 ‘사고 싶다’고 답했다. 그 숫자를 믿고 발주했다. 그런데 막상 출시하니 실제로 결제한 사람은 손에 꼽았다.
처음엔 설문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응답자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살 의향 있나요?’라는 질문은 사람들에게 ‘착한 대답’을 유도한다. 좋아 보이면 좋다고 말해주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친절함은 지갑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왜 설문은 거짓말을 하는가.

마케팅 사이언스에는 ‘의향 척도 보정(Intent Scale Translation)’이라는 표준 기법이 있다.
‘반드시 산다’고 답한 사람조차 실제 구매 확률은 1.0이 아니라 약 0.8로 깎아서 본다. ‘아마 살 것 같다’는 더 낮게 본다.
원인은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다. 사람은 묻는 이 앞에서 좋게 보이려 하고, 새롭고 그럴듯한 제품일수록 의향을 부풀려 답한다.
결국 ‘살 의향?’은 진심이 아니라 예의를 측정한다. 신제품의 95%가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거짓 신호를 진짜로 착각하고 돈을 쓰기 때문이다.

 

해법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살 의향 있나요?’ 한 줄을 빼고, 행동과 구간을 묻는 네 가지 질문을 넣는다.

첫째, 가격대를 물어라.
‘이 가격 괜찮나요?’처럼 단일 가격에 예/아니오를 물으면 거의 다 ‘네’라고 한다.
대신 적정 가격대를 구간으로 고르게 하라. 시장이 실제로 견디는 가격 띠가 드러나고, 그게 곧 출고가 근거가 된다.

둘째, 약속 신호를 받아라.
‘살 의향 있나요?’는 말이고, ‘런칭 알림 받을 번호를 남겨주세요’는 행동이다.
설문을 끝까지 완료하고 연락처를 남긴 사람이 진짜 잠재 고객이고, 그 번호가 사전판매의 씨앗이 된다.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질문 하나가 100개의 ‘네’보다 강하다.

셋째, 구매 이유와 망설인 이유를 함께 물어라.
사는 이유만 묻지 말고 망설임 요인을 분리해 받으면, 콘셉트의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가 정확히 보인다.
망설임 데이터가 사실은 가장 비싼 인사이트다.

넷째, 대체재를 드러내라.
‘지금은 이 문제를 무엇으로 해결하나요?’를 물어 현재 행동을 먼저 잡아라.
소비자의 진짜 경쟁자는 옆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 쓰는 방식’이다. 대체재를 모르면 가격도 메시지도 빗나간다.

 

응답률이 떨어져도 좋다.

신호가 정확하면 그게 데이터다. ‘살게요’는 공짜다. ‘여기 제 번호요’는 진심이다.
설문은 의견을 받는 도구가 아니라, 행동을 받아내는 도구다. 묻는 법을 바꾸기 전에는 그 어떤 숫자도 믿지 마라.